좋은글 좋은시

가을이 오고 있다 / 한병준

대구해송 2018. 8. 19. 17:09




가을이 오고 있다 / 한병준

 

 

노곤하게 데우고 살아온 여름이었습니다

사는 게 그런 거라고

부글부글 끓어 넘칠 일도 있는 거라고

보이는 만큼씩 길을 내며 살아가는 거리고

알 게 모르게 즐기고 살았지요, 하지만

누가 안개 같은 한숨이

끈이지 않게 나오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곧 말 못할 사연들을 잘라 낼

콱 찬 팔월, 나무 잎사귀처럼

불 켜 놓은 걸

잃어 버리고 놓아둔 주전자의 물처럼

나의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알 수 없습니다

또다시,

알 게 모르게 살아갈 나의 가을은

 

 

 




 (A Comme Amour - Richard Clay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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