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원태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제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 되고
읽어 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그애 생일이 찾아 옵니다.
그애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이뻐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볼까 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 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 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인가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이가 당신이예요 /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슈베르트- 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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