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4병동 / 김복수
짐작은 하고 들어섰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굴리며 모니터만 보고 있던 특진 교수
"아무래도 마음에 준비를 하시는 것이"
이제 갈 곳도 정해지고 차표도 손에 들었다
천천히 떠날 시간을 기다려보자
그리고 눈물 한 방울 보이지 말자
조용하던 호스피스 병동이 술렁거리더니
누가 또
사람 이름을 내려놓고 먼 길을 떠나나보다
씌워진 하얀 시트위로 통곡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창밖에는 꽁꽁 얼어붙은 칼바람이 눈보리를 뿌리며 한강위를 앞장서 간다
강가에 키 작은 미루나무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서 있다
천상병 시인은 하늘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라 했다
나는
눈물없는 역에 가는 차표를 들고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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