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고 헛된 것 / 조병화
헛되고 헛된 것이 생이라 하지만
실로 헛되고 헛된 것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생각일 뿐
언젠가 너와 내가 강 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물은 흘러감에 다신 못 온다 해도
강은 항상 그 자리 흐르고 있는 것
이 세상, 만물, 만사가 헛되고 헛된 것이라 하지만
생은 다만 자릴 바꿀 뿐 강물처럼 그저 한자리 있는 것이다
너도 언젠가는 떠나고 나도 떠날 사람이지만
언젠가 너와 내가 같이 한 자리
강 마을 강 가, 이야기하던 자리
실로 헛되고 헛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그 사실이다
해는 떴다 지며 떴던 곳으로 돌아가고
바람은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감에
사람은 혼자서 살다가 가면 그뿐,
그 자리엔 없다 해도 실로 헛되고 헛된 것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생각일 뿐
강물은 흐름에 마르지 않고
너와 내가 떠남에 실로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너와 내가 강 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젠가 너와 내가 강 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Forbidden Love - 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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