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 입니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첫번째가 나를 / 김혜수 (0) | 2017.10.29 |
---|---|
그대와 함께 있으면 / 류시화 (0) | 2017.10.29 |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 / 김용택 (0) | 2017.10.26 |
헛되고 헛된 것 / 조병화 (0) | 2017.10.26 |
추풍에 부치는 노래 / 노천명 (0) | 2017.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