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장미와 가시 / 김승희

대구해송 2017. 4. 10. 07:16

               

 

        장미와 가시 /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