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황금찬

대구해송 2017. 4. 9. 23:47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황금찬

 

 

석양은 먼 들녘에 내리네.

염소의 무리는 이상한 수염을 흔들며

산을 내려오네.

 

종이 울리네

황혼의 묏들이

종소리를 따라

바람에 날리는 억새꽃같이

호숫가 숲으로 날아드네.

 

머리에 가을 꽃을 꽃은

소녀들이

언덕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르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교회의 종소리는 우리들을 부르네,

이 석양이 지나면

또다시 우리들은

아침을 맞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지고

촛불 위에 눈이 내리네,

눈 위에 순록의 썰매는 달리고.

그리하여 우리들도

어제의 소녀가 아니고

오렌지 향수가 하늘에 지듯

우리들의 향기도 지리.

 

종이 울리네

속에서 새들이 무상을 이야기하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소년들은 노래를 부르네.

 

 

 

 

 

연로한 탓에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인터뷰가 쉽진 않았지만, 시인의 말은 달랐다. 내놓는 말은 하나같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지금도 말하는 것이 꼭 시 같다는 기자의 말에 “시인은 늙어도 시는 늙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와 가시 / 김승희  (0) 2017.04.10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0) 2017.04.09
부치지 않는 편지 / 정호승   (0) 2017.04.09
너를 위하여 /김남조  (0) 2017.04.02
마음이 머무는 곳에  (0) 201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