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아버지는 밀집모자 벗으시고 바람벽에 걸어 놓았던 꾸절한 중절모를 손질하신다 해 눕는 장터 어느 골목 어귀에 풀어 헤쳐놓은 옷꾸러미 속에서 발견한 다림질도 못 할 바지와 동리 잔치때마다 입고다녀 너절구레한 남방은 나뭇잎만 그려져 있었다는걸 짐작하게 할 뿐인데 정장인양 소담스레히 꺼내 입는다 언제적에 마련한건지 구두 한 켤레를 마루 밑에서 끄집어 내어 손에 잡히는 걸레로 문지르고 댓돌 위에서 힘차게 발을 한 번 구르시고는 양철대문을 열고 골목길을 벗어 나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양팔을 휘젓고 걸으시는 아버지 가난해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몇 푼은 호주머니를 채우지 못한 채 딩구는데 어깨 넓은 뒷 모습은 전장에 나가는 장수였다.
하루 세 번 들락거리는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투덜 댈 때마다 터지는 고함소리 하지만 다림질도 안 한 바지 속 몇 푼을 확인하며 행복해하는 아버지는 마음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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