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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 도종환

대구해송 2016. 5. 31. 22:51

여백 / 도종환


언덕위에 줄지어선
나무들이 아름다운건
나무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