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스크랩] 빨래 너는 여자 ...강은교

대구해송 2014. 8. 15. 09:52

 

 

 

 

 

 

 

 

 

 

 

빨래 너는 여자 ...강은교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 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샤츠를 탁탁 털며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 와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민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래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가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

 

 

 

 

 

 


 

 

 

 

 

 

 

 

 

빨래 너는 여자 ...김순진


그녀는 발레리나

발을 상큼상큼 들면서

옥상 공연장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산들은 관중으로 일제히 박수를 치고

그녀는 어느새 새 단원을 고용했는지

플라타너스 팔을 나부끼며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고 있다

유난히도 고집이 세던 와이셔츠의 주인은

간 쓸개를 모두 빼주고도

그녀의 하얀 손에 조물조물 녹아

낭창낭창 춤을 추고

직장으로 거래처로 휘돌았을 바지는

생업의 늪에서 잠시 발을 빼고

운동장을 추억하는 아이의 체육복은

만국기마냥 나부끼며

우아한 백조의 호수엔

햇살이 가득하게 출렁인다

 

 

 

 

 

 

 

 

 



 

 

 

 

 

 

Angels Sing / Hiko 外

 

 

 

 

 

 

 

 

 

출처 : 시가 있는 동네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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