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대구해송 2023. 1. 5. 23:30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 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 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 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

왜 그리 쉽게 손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 손으로 쥐어

잡았다 해서 그 가슴 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 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 뒤로 보내버렸다 해서

그 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 하면 잊지도 못할 것을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방에 들어앉았다 싫증나면

떠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문득 가슴 언저리가 헛헛해

무언가 채우고 싶어질 때

그때는 네가 나에게 오면 되는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멍들은

가슴으로 온다 해도

내가 다 안아 줄 것이다

내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다

너는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살아 낸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