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라 친구여 - 김 재진
오래오래 힘든 이 세상도
살아라 친구여
참담히 눈물 마른 들판 질러
강인 듯 기적소리 하나 흘러가고
서른을 넘겨버린 빈 날들 모아
쭉정이처럼 후후 날리며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죽자고 일하던 사람들 돌아와
새벽을 기다리던 어둠 속에서
새벽이 오면 무엇하랴
풀 끝에 맺힐 이슬 아예 시들고
굴러서 깨어질 빛의 파편만
남은 일의 무게에 눌려 눈 시린데
희망을 만드는 것은 손쉬워라.
만들었다 지우는 아기처럼
금세 지울 죽음이나 떠올리며
가만히 불러보는 세상이여
오래오래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처럼
서른 넘겨 견디어 온 이 세상이여
캄캄한 부름으로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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