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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라 친구여 / 김재진

대구해송 2022. 3. 19. 22:55
살아라 친구여 - 김 재진
 오래오래 힘든 이 세상도 
 살아라 친구여 
 참담히 눈물 마른 들판 질러 
 강인 듯 기적소리 하나 흘러가고 
 서른을 넘겨버린 빈 날들 모아 
 쭉정이처럼 후후 날리며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죽자고 일하던 사람들 돌아와 
 새벽을 기다리던 어둠 속에서 
 새벽이 오면 무엇하랴 
 풀 끝에 맺힐 이슬 아예 시들고 
 굴러서 깨어질 빛의 파편만 
 남은 일의 무게에 눌려 눈 시린데 
 희망을 만드는 것은 손쉬워라. 
만들었다 지우는 아기처럼 
 금세 지울 죽음이나 떠올리며 
 가만히 불러보는 세상이여 
 오래오래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처럼 
 서른 넘겨 견디어 온 이 세상이여 
 캄캄한 부름으로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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