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남겨진 자리에 / 이정하

대구해송 2021. 11. 14. 23:04

 

​남겨진 자리에 / 이정하

 

그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 내게도 큰 기쁨이었네

그것이 설령 헤어짐을 뜻한다 해도

우리의 꽃 피우지 못한 사랑보다

늘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었으니

어서 가라, 그대여

나는 이 자리에 있을 테니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 사랑

까맣게 잊혀진다 해도

나는 그냥 여기 서 있을 테니

언젠가 그대가 돌아왔을 때

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둘게

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

그대여, 어서 가라

너는 헤어진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잠깐, 떨어져 있다

생각할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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