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 전혜린
나의 운명이 고독이라면,
그렇다, 그것도 좋다.
이 거대한 도회의 기구 속에서
나는 허무를 뼛속까지 씹어보자.
몇 번씩 몇 번씩
나는 죽고 죽음 속에서,
또 새로운 누에게 눈뜨듯
또 한번,
또 한번!
하면서
나는 고쳐 사는 것이다.
다시 더!
하고 소리치며
나는 웃고 다시 사는 것이다.
과거는 그림자 같은 것, 창백한 것,
본질은 나이고
현실은, 태양은 나인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분신,
자아의 반사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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