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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길 / 김재진

대구해송 2020. 3. 29. 22:52

마음 길 / 김재진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 가쁜 모양이다.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 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나뉘는 모양이다.








데이드림의 음악세계

뉴에이지가 이제는 더 이상 자연의 언어만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의 생활 속 섬세한 언어들로 다시 태어난다

맨흙을 밟아본 지가 언제였지

그 흙의 부드러움보다는 흙탕물의 지저분함과 번거로움을

먼저 떠올리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콘크리트를 깨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묻힐 때가 되어서야 난생 처음 흙으로 가는 우리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Nostalgia 서정 낭만 무엇을 떠올려야 할까

초여름 미풍에 은빛으로 반짝이던 자작나무 이파리들

색동저고리를 입고 널을 뛰는 누이의 환한 얼굴

미루나무 사잇길로 황소를 끌고 가는 아이의 평화

아니다 쓸쓸히 이별을 선언하던 그의(혹은 그녀의) 슬픈 미소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려있던 남산 소월길

코끝을 간지럽히던 강바람 우리의 추억은 도시 속에 있다

New Age는 여피(Yuppie)의 음악이었다

부지런하고 깔끔하고 개인적인 그들은 제법 여유로운 척 하지만

도시는 언제나 그들에게 멈추지 말고 끊임없이 일하기를 강요한다

래서 그들은 언제나 그들이 나서 자란 곳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꽃잎이 바람결에 흩어지는 시골을 그리워한다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나온 음악이 New Age다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앨범 자켓이

한동안 New Age의 모범처럼 여겨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피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그들의 아이들은 도시 밖을 떠난 적이 없다

그 아이들도 위로받고 싶어한다

그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건 한적한 시골이 아니라 번잡한 도시의 추억이다

첫사랑의 슬픈 추억 그리운 사람 비오는 일요일 고즈넉하게 내다보던 창 밖 풍경 발

렌타인데이에 수줍게 건네던 초콜릿 박스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찾아보면 의외로 많은 뉴에이지 음반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음반들은 우리에게 마음의 안식과 평화와 추억을 들려주고 있지만

쉽게 빠져들지 못 하는 건 그것들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우리가 그리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의 영화 같은 데이드림의 DREAMING
The Daydream의 음악에는 보편적인 추억이 있다

원태연이나 류시화의 시에서 느껴지는 오래된 추억과 향수 그

고 거기에 따라오는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경박하지 않게 소란스럽지 않게 잔잔하고 소박하게 추억을 읊조리고 있다

곱게 먹인 파운데이션위로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의 절제된 슬픔이 느껴지는

Tears 조지 윈스턴을 연상케 하는 도입부와 이후의 한 박자씩 처지는 리듬의 조화가

그리움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표현한 듯 여겨지는 I Miss You 저음의 도입부가

눅눅하고 나른함을 느끼게 하는 Rainy Sunday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개성 있게 변주한 Wedding 등 총 13곡이 담긴

The Daydream의 앨범 Dreaming은 전곡이 피아노 솔로이다

피아노 솔로라는 점이 얼핏 단조로움을 연상할 수 있지만

The Daydream의 앨범 Dreaming은

한편의 영화 같은 곡 구성으로 그 단조로움을 뛰어넘고 있다

각각의 곡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에 충분할 만큼 다채롭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진솔하다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가장 큰 설득력을 갖는 건 바로 진실이다

뮤지션이 화려한 수식이나 과장법을 배제한 채 슬픔 기쁨 추억 등을 이야기한다면

듣는 이는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서는 Out of sight  Out of mind 보다는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날 울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어요
 사랑의 측량 中 한용운 에 더 가까이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사람의 감정으로 눈을 돌린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The Daydream 의 음악에서는 한국인만의 정서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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