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歸路) / 이정하
돌아오는 길은 늘 혼자였다.
가는 겨울해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내 마음도 무너져왔고, 소주 한 병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시외버스를 타는 동안에
차창 밖엔 소리없이 눈이 내렸다.
그대를 향한 마음을 잠시 접어 둔다는 것,
그것은 정말 소주병을 주머니에 넣듯
어딘가에 쉽게 넣어 둘 일은 못 되었지만
나는 멍하니 차창에 어지러이 부딪쳐오는
눈발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내 사랑이 언제쯤에나 순조로울는지,
오랫동안 우리가 기다려온 것은 무엇인지,
어디쯤 가야 우리 함께 길을 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저 차창에 부서지는 한 송이 여린 눈발이었다.
무언가를 주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 것도
주지 못한 채 돌아섰지만 그대여,
나 지금은 슬퍼하지 않겠다.
폭설이 내려 길을 뒤덮는다 해도
기어이 다시 찾아올 이 길을.
문득 고개 들어보니 차창 너머
손을 흔들고 서 있는 그대.
그대 모습이 이토록 눈물겨운 것은
세상에 사랑보다 더한 기쁨이 없는 까닭이다.
버스는 출발했으나 내 마음은 출발하지 않았다.
비록 몸은 가고 있으나 나는 언제까지나
그대 곁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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