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 김현승
만일 이 강물과 저 평야와 산들이
모두 금은보석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때는 한 줌의 흙을 얻기 위하여
사람들은 오늘과 같이 싸웠을 것이다.
만일 이 거리와 저 마을들이
모두 화려한 주랑으로 두른 궁전이었다면,
그제는 한 작은 오막살이를 위하여
저녁 노을은 더욱 아름답게 저 언덕에서 빛났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저 별 위에 깃드는 사람들이라면,
이처럼 산만한 우리들의 지구도
거기서는 진주보다도 견고하게 빛났을 것이다.
가치란 무엇인가,
결핍에서 오는 것인가?
순수란,
자기의 처지와 동포의 문제를
한 줌의 흙을 사랑하듯,
씨를 뿌리며
꽃나무를 가꾸는 마음
(Serenity - Pat Clem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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