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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방 / 조향미

대구해송 2019. 1. 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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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돌방 / 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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