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 임은숙
가을은
허무한 탄식으로 시작된다
도망치 듯 스쳐간
봄과 여름이
그 흔적마저 말끔히 지우려고
여기저기 굵직한 붓질을 한다
단풍처럼
눈시울을 붉혀도 괜찮은 계절
가을엔
누군들 슬프지 아니하리
꽃이 진 자리마다
깊어가는 상처
아픔이어라
슬픔이어라
떨어지는 낙엽 한 장
지금은 침묵을 필요로 하는 시간
하고 싶은 말은
가슴 깊이 접어두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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