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수

목자들의 크리스마스

대구해송 2017. 12. 22. 05:26

목자들의 크리스마스


- 이재훈 (서울 온누리교회 목사) 



대강절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자세 중 하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 사건을 주의 깊게 묵상하는 것이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세상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이루어졌다. 세상은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침묵했지만 하늘의 천사들은 침묵할 수 없었다. 메시아가 출생하셨을 때 영적 세계의 비밀을 역사 속에 증거할 수 있는 존재는 천사밖에 없었다.
 
천사들을 통해 소식을 제일 먼저 받은 사람은 목자들이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동방 박사들은 예수님 출생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집에 계실 때 경배하러 왔지만, 목자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아직 구유에 누워 계실 때였다. 

세상이 그를 위해 마련한 유일한 준비는 구유였다.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하나님의 아들에게 인류가 준 최초의 선물은 구유였고, 마지막으로 준 선물은 십자가였다.


목자들이 메시아의 탄생 소식을 제일 먼저 들었다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 그들은 베들레헴 성읍 밖에 살았고, 밤에 양떼를 지켜야 했다. 양과 함께 뒹굴며 땅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다.

복음서는 메시아의 출생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들은 이들이 당시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는 힘이다. 어떤 소식이든 누구에게 먼저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 신분과 위치에 따라 다루는 정보의 양과 내용이 달라진다. 세상의 질서는 정보를 가질 수 있는 권한에 따라 나뉘어졌다. 

예수님이 출생하실 때의 사회는 신분사회였다. 그래서 성문 밖에 사는 목자들은 신분상 성읍 안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잘 알지 못했다. 어떤 정치적인 견해도, 사회적인 영향력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메시아의 출생 소식이 그런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전해졌다는 것은 혁명적인 사건이다.

누가가 전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바로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뉴스가 당시 가장 중요하지 않고 긴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어떤 사람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도리어 그러한 사람들을 통해 복음의 역사가 전해지고 나타나도록 역사하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복음의 능력과 축복은 마음이 부유한 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통해 세상 속에 나타난다. 

세상은 사람을 차별하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하나님은 고난 받는 자와 함께 고난 받으시고, 연약한 자와 함께 연약한 자가 되기를 기뻐하신다. 미국의 유명 작가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왜 목자들에게 제일 먼저 소식을 알리셨는지를 이렇게 흥미로운 상상으로 설명한다. “만일 바리새인들에게 제일 먼저 소식이 전해졌다면 그들은 먼저 주석을 펴놓고 세미나부터 했을 것이다. 만일 정치가들이었다면, 그들은 주변에 누가 본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느라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기업가에게 제일 먼저 소식이 전해졌다면 그들은 자신의 캘린더를 쳐다보고 스케줄을 맞추고 있었을 것이다.” 목자들에게 전해진 이유는 그들은 전해준 대로 믿고 행동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목자들만 천사들의 소식을 들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의 숨은 이야기’를 쓴 노트르담 대학의 모튼 켈세이(Morton Kelsey) 교수는 목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소식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방의 박사들에게까지 신비한 별을 통해 소식을 전해 주셨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소식을 전해주셨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날 밤 베들레헴 자기 집에서 편안히 자던 사람들의 꿈속에서 소식이 전달됐을지도 모른다. 상인에게도, 여관주인에게도, 어쩌면 헤롯왕이 있던 궁궐의 신하들에게도 천사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잠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그저 다음 날 간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한 농담을 주고받는 데 그쳤을 것이다. 오직 목자들만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의 말을 진실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천사들의 메시지가 전해진 직후 목자들은 천사의 메시지를 가지고 세미나를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논란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그들은 지키던 양떼도 버려두고 ‘서둘러 가서’ 예수님을 경배했다. 

하나님은 메시지에 반응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신다. 우리의 신앙이 하나님의 메시지에 빨리 반응하고 서둘러 가서 행하는 신앙이 되는 것이야말로 참된 성탄을 맞이하는 영혼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