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젖은 그 여자 / 허윤정
자기 단상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라고
기도하는 여자
냅킨도 반을 잘라 쓰는 여자
화장지도 두 금만 떼어 쓰는 여자
쉰밥도 씻어서 먹는 여자
국그릇도 씻어 마시는 여자
아직도 글 쓸 때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그날도 고개 들고
하느님께 빡빡 우기던
기가 센 여자
사랑 말고는
태양을 향해 활을 쏘는 여자
당당한 여자다
포승줄에 묶여가는
내 가장 소중한 목숨을
뺏기는 날도
나는 당당했다
겁 없는 여자 세살 박이
철없는 여자 귀가 센 여자다
그러나
그러나
자식 앞에서는 약하다
사랑
사랑
너는 무엇이냐
너에게만 작아지는 여자
제일 약한 여자다
너에게만 작아지는 여자
먼지 알갱이 보다
더 작아지는 여자
처절하고 슬픈 비 젖은 낙엽
그런 여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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