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비 젖은 그 여자 / 허윤정

대구해송 2017. 11. 26. 18:08



 

 

비 젖은 그 여자 / 허윤정

 

자기 단상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라고

기도하는 여자  

 

냅킨도 반을 잘라 쓰는 여자

화장지도 두 금만 떼어 쓰는 여자

 

쉰밥도 씻어서 먹는 여자

국그릇도 씻어 마시는 여자  

 

아직도 글 쓸 때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그날도 고개 들고

하느님께 빡빡 우기던 

기가 센 여자 

 

사랑 말고는

태양을 향해 활을 쏘는 여자  

당당한 여자다

 

포승줄에 묶여가는 

내 가장 소중한 목숨을 

뺏기는 날도 

나는 당당했다 

 

겁 없는 여자 세살 박이

없는 여자 귀가 센 여자다

그러나

 그러나

     자식 앞에서는 약하다

 

사랑

사랑

너는 무엇이냐

너에게만 작아지는 여자

제일 약한 여자다

너에게만 작아지는 여자 

먼지 알갱이 보다

     더 작아지는 여자

처절하고 슬픈 비 젖은 낙엽

그런 여자 맞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의 묵시록 / 송종찬  (0) 2017.11.26
변명 / 이정하  (0) 2017.11.26
따뜻한 슬픔 /홍성란  (0) 2017.11.26
눈 오는 날 / 이정하  (0) 2017.11.26
응시 / 황인숙  (0) 2017.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