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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 윤고영

대구해송 2017. 4. 16. 16:49


coffee by the window/ 1945/ Konstantin Gorbatov


          고독 / 윤고영

          왜 있잖은가

          비 오는 날
          창문 열어 놓으면
          나무잎새에서 토닥거리는
          쓸쓸함 같은 거.

          저녁 나절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쯤에서
          서녘 노을 바라볼 때의
          막막한 그리움 같은 거.

          왜 있잖은가

          지금껏 걸어온 길 처연했지만
          한편으론 정성 들여 갈무리 잘했다는
          대견함 느끼며
          위로받고 싶은 거

          생각해보면
          세상 한 켠에 뚝 떨어진
          정말로 미세한 존재일 테지만
          우주 속 어디쯤 그 한 부분 지탱하는
          질량 가득한 정신 있었다고
          자위하고 싶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