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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 / 김남조

대구해송 2017. 4. 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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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식 / 김남조

          이제 그는 쉰다
          처음으로 안식하는 이를 위해
          그의 집에
          고요와 평안 넉넉하고
          겨우 깨달아
          그의 아내도
          바쁜 세상으로부터 돌아와
          손을 씻으니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바쁜 일이라곤 없어라

          그가 보던 것
          간절히 바라보고
          그가 만지던 것
          오래오래 어루만지는 사이
          막힘 없이 흐르는 시간
          가슴 안의 구명으로
          솔솔 빠져나가고
          머릿속에 붐비는 피도
          옥양목 흰빛으로
          솰솰 새어나가누나

          울지 말아라
          울지 말아라
          남루한 그녀 영혼도
          빨아 헹구어
          희디하얗게 표백한다면
          절대의 절대적 절망
          이 숯덩이도
          벼루에 먹 갈리듯
          풀어질 날 있으리니

          슬퍼 말아라
          슬픔은 소리내고 싶은 것
          조용하여라
          달빛 자욱한 듯이
          온 집안 가득히
          그가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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