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대구해송 2016. 6. 12. 22:24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 유자효  (0) 2016.06.12
포용 / 김행숙  (0) 2016.06.12
찬비 내리고 / 나희덕  (0) 2016.06.12
기다림 / 곽재구  (0) 2016.05.31
노을 / 최영철   (0) 201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