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 굳잠
유영호
눈 위로 또 눈이 내린다
두터워질수록 깊어가는 것들
산의 고요가 그러하고
겨울 숲의 침묵이 그러하다
추위가 농익으면
차라리 포근해져서
나무들이 마음 놓고
굳잠에 든다
무게를 벗어버린 가지는
삶에 짓눌리지 않아
제 멋대로 흔들리고
나무와 나무 사이가 자유로운
바람이 휘파람을 분다
물 한 모금이 절실한 뿌리가
분주히 언 땅을 헤집고
빈 가지 마디마디에선
어린 눈들이
연둣빛 꿈을 내걸고 있다
#군더더기
눈이 켜켜히 내린 숲에서는
나무들이 삶의 무게를 훌훌 털어버려서
바람을 많이 타지 않고 고요히 잠에 듭니다.
나무는 잠을 자는 중에도 다가올 봄을 위해
긴 호흡으로 스스로를 키우고 있겠지요.
추위다운 추위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겨울은 왔고 또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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