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해바라기는 이정선, 이주호, 한영애, 김영미 4인조로 1977년 출발한 혼성 그룹이었습니다.
70년대 후반 당시 명동 가톨릭회관의 해바라기 홀에서 대학생들의 음악회를 주관했던 노래 팀 이름을 따 82년 팀을 결성한 뒤 그 동안 모두 6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한국 모던 포크 계를 이끌어 온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 그룹이었습니다.
92년 6집 앨범의 '너를 사랑해'와 '사랑의 편지' 등을 마지막으로 이들의 신곡을 접할 수 없었던 게 팬들에겐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던 해바라기가 8년만에 7집 앨범 발표와 함께 라이브 콘서트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여 팬들을 기쁘게 하였던 때가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나 버렸습니다.
7집은 리더 이주호 특유의 흡인력 있는 노랫말에 새 멤버 강성운의 호소력 짙은 화음이 한 데 어우러진 앨범으로 커다란 스케일과 블루스 요소를 가미한 포크 록, 그리고 빠른 비트 등 기존 앨범과는 차별화된다는 것이 해바라기가 내세운 7집의 특징입니다. 친근한 멜로디와 가사가 두드러진 타이틀 곡 ‘이렇게 좋은 날’, 포크 록 스타일의 ‘그런 날은 없어’, 빠른 비트에 철학적 가사를 담은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전형적인 해바라기 스타일의 ‘그대만의 향기’와 ‘사랑 기다리며’ 등이 실려 있습니다.
뛰어난 음악성과 화음으로 포크 계의 신 문물을 선사했던 이들은 이주호가 군에 입대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해체 수순에 들어간 해바라기는 제대한 이주호가 다시 그룹 명을 자신의 듀오 그룹 명으로 쓰면서 부활하게 됩니다.
이주호와 유익종으로 새로 결성된 포크 듀오 해바라기는 1집 수록 곡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이 곡은 당시 주류에서 쓰던 기본 코드와 달리 재즈에서 사용하던 세븐 코드가 들어간 CM7으로 시작돼 제작자가 대중이 이해하지 못할 선율이라며 발매 자체를 꺼릴 정도의 곡이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념 음반 식으로 200장만 찍은 이 음반은 그러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대중의 심장을 낚아채게 됩니다. 당시 음반 한 장이 5000원이었는데, 이 음반은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였다고 하니 대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주호는 당시 주류 포크가 동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을 발전시키고자 기존에 쓰지 않던 코드를 많이 썼다며 지금도 나만 아는 코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해바라기는 이주호를 주축으로 유익종, 이광준, 심명기, 강성운 등 여러 멤버가 교체되는 혼란 속에서도 주옥 같은 히트곡을 발표해 가며 질긴 생명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모두가 사랑이에요’, ‘사랑의 시’,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너’, ‘어서 말을 해’, ‘마음 깊은 곳에’, ‘시들은 꽃’ 등 발표하는 음반 수록 곡 대부분이 기타를 배우던 청년들의 필수 신청 곡으로 자리잡으면서 인기 그룹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해바라기는 그러나 TV보다 무대에 얼굴을 더 많이 비칠 정도로 라이브 무대 형 뮤지션을 고집하여 대중들에게 얼굴을 많이 알리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따뜻하면서 진실함이 느껴지는 음색과 하모니, 단순히 반주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솔로 연주를 넣어 기타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 준 그들의 음악은 70, 80년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느리지만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