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시 모음
어머니를 찾아서
이승의 진달래꽃 한 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조태일·시인, 1941-1999)
+ 사모곡
이제 나의 별로 돌아가야 할 시각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지상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나의 별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이름 어·머·니 (김종해·시인, 1941-)
+ 사모곡(思母曲)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감태준·시인, 1947-)
+ 나의 어머니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브레히트·독일 시인, 1898-1956)
+ 어머니
내가 40대 때 돌아가신 어머니.
자꾸만 자꾸만 생각납니다. 나이가 60이 됐으니까요!
살아 계실 땐 효도(孝道) 한번 못했으니 얼마나 제가 원통하겠어요 어머니! (천상병·시인, 1930-1993)
+ 나를 망친 여자
나로 하여금 이 망망한 세상의 짐을 지게 하고 내 생애의 일거수일투족에 평생 매달려 감시타가 이승을 떠나서도 내 멱살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나를 망친 한 여자, 아, 그립고 그리운 어머니여 (임보·시인, 1940-)
+ 하늘로 보내는 편지 - 어머니 1주기 추모시
어머니, 꽃이 피었습니다
어머니 가시던 날 아무도 울지 않았습니다 목놓아 울지 않는 우리를 남들은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눈뜨실 기력조차 떨어질 때 당신은 임종을 하셨습니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는 사랑하였습니다
당신의 우주여행이 평안하시기를, 임종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가신 후, 더 많이 그리울 줄 알았습니다 (최병무·시인, 1950-)
물억새 가을볕이 억새 이삭 털 듯 어머니는 저린 세월을 내게 덜어 내시네 젖은 눈시울 감추려 고개 숙여 소맷자락 여미시곤 갈바람이 들추는 기억 덮으려 길섶을 서걱거리는 노래 명주 치마폭 감싸 쥐고 서릿빛 머리칼 쓸며 이맘때면 어스름 가라앉는 샛강 길 찾으시네 (송태한·시인, 1957-)
+ 당신
가시기 며칠 전 풀어 헤쳐진 환자복 사이로 어머니 빈 젖 보았습니다
그 빈 젖 가만히 만져보았습니다 지그시 내려다보시던 그 눈빛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처연하고 그처럼 아름다웁게 고개 숙인 꽃봉오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야훼와 부처가 그 안에 있었으니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도 내가 다시 매달려 젖 물고 싶은 당신
내게 신은 당신 하나로 넘쳐납니다 (복효근·시인, 1962-)
+ 사모곡(思母曲)
학처럼 곱게 들국화처럼 향기 있게 살아가신 어머니
생각만 해도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저미어오는 그 이름
내가 만난 여인 중에 가장 존귀한 여인
새벽마다 자식 위해 한 생애 눈물로 세월을 보내신 어머니
보고픔이 사무칠 때면 고운 모습으로 깊은 밤 꿈속에 찾아오신다
얼굴을 뵈옵는 날은 가장 성스러운 좋은 일만 생긴다 (이성우·효행시인)
+ 어머니
긴 겨울의 끝머리 나무마다 꽃눈 움트는 때
지상에서의 고단했던 생 가만히 접으시고
생명의 본향인 흙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이제 어머니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셨어도
한평생 자식 위해 베풀어주신 그 사랑은 또렷이 남아
우리도 남은 생 어머니처럼 아름답게 살다가
천국에서 다시는 이별 없을 기쁨의 재회를 하는 그 날까지
사랑의 수호신 되어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꽃같이 맑고 선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며
우리도 그리 살아갈 수 있도록 늘 힘이 되어 주소서.
따스한 인정(人情)의 햇살 조용한 온유함의 달빛이셨던
그리운 어머니. (정연복·시인, 1957-)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 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얐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 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ㅡ 이해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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