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삶이 나를 불렀다 / 김재진

대구해송 2019. 9. 2. 08:18




삶이 나를 불렀다 / 김재진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보며 살려 하지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 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Seasons - David To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