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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 문태준

대구해송 2018. 6. 25. 07:14


바깥 / 문태준

장대비 속을 멧새 한마리가 날아간다

彈丸처럼 빠르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

도무지 틈이 없는

빗속으로
소용돌이쳐 뚫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저 全速力의 힘

그리움의 힘으로

멧새는 어디에 가 닿을까
집으로?

오동잎 같이 넓고 고요한 집으로?

中心으로?
아.

다시 생각해도

나는

너무 먼

바깥까지 왔다

                                               



1994년 <문예중앙>에 시〈處暑〉외 아홉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2005년 「미당문학상」,
2007년 제21회「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詩集으로,
《수런거리는 뒤란》(창작과비평사, 2000)
《맨발》(창비, 2004)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 등이 있다.



<감상 & 생각>






그래도, 시인은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먼 바깥에서도 그리움의 中心을 기억하고 있으니.

지독히 추웠던, 어느 겨울 밤...

인적이 끊긴 캘거리의 밤거리를 홀로 걷다가
입 안의 물씬한 단내로 문득 씹혔던,
치매(癡呆) 같은 그리움.

아, 나는 정말 너무 먼 바깥까지 흘러왔구나.

차가운 밤공기에 잔뜩 여민 옷깃 같던,
그 밤을 생각나게 하는 시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