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이토록 오래 묵혀 두었나, 저 편지들
처음 열어 본 편지함에는 비릿한 달의 목록들
한 통씩 밀려와 쌓이는 동안 사연만 묵어서 어떤 것은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물의 걸음은 기다리는 편지만큼 더디고
한 나절 울던 여자가 슬픈 사연이 담긴 소금 자루를 지고 가는 풍경에 매달린 이름 같아
나지막하게 불러보는 외포리,
아직도 기다리는 편지가 있다는 듯 텅 빈 편지함을 맴도는 새들의 기다림이 짠데
물의 행간을 뒤적이고 돌아온 시린 발들이 쓰고 누울 따스한 사연 하나 두고 싶어지는 동막의
가을에는
저녁 미사를 올리는 하얀 손들의 기도가 가득하다
한 번 보고 평생 못 볼 사람 하나 여기 두고 가듯
돌아가는 걸음이 무겁고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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