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안부만 묻습니다. 나는 여기 없습니다

대구해송 2015. 12. 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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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그렇습니다
가신 뒤엔 자주자주 안개 밀리고
풀벌레 자욱하게 잠기기도 하면서
귀먹고 눈멀어 여기 잘 있습니다 .

나는 왜
목울음을 꽈리라도 불어서
풀리든지 맺히든지 말을 못하나 ..
흐르는 것은 절로 흐르게 두고
나 그냥 여기 있습니다 ..

염치가 없습니다 ..
 드리고 싶은 말씀 
재처럼 삭아 모두 없어지기 전에
편지라도 씁니다 ..

어김없이  해가 뜨고 날짜가 지나
그날이 언젠지 만나질까요 ..
그때까지  여전히
안녕히 계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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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넋은 여기 없습니다
오랜 나무 삭정이에 걸어 두고 왔습니다

새로 핀 우듬지 엽록소 안창 
먹고 죽을 비상처럼 숨겨 두었습니다 

소망을 말할까요 
아실 겁니다
나는 지금 껍데기만 앉아 있는 걸

바람 지나갈 때마다 물기 걷히고
있는 듯이 없는 듯이 나는 말라서

혹시라도 발밑에 먼지 같은 씨알 하나 
시늉으로 떨어져 숨이라도 쉰다면

나는 여기 없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