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호리 소나무 숲 양산팔경 중심이다. 백 년 넘은 소나무 숲이 있어 삼림욕 하기 좋다
백제와 고구려가 변두리 땅을 막고 있어 신라 태종무열왕이 분하게 여겼다. 655년 이들을 물리치려고 낭당대감(郎幢大監) 김흠운(金歆運)이 양산에 왔다. 진을 치고 있을 때 백제군이 들이닥쳤다. 주위에서 피하라고 했지만 맞서 싸우다 죽었다.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슬퍼하며 양산가(陽山歌)를 지었다.
삼국사기 47권 열전 7조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랫말은 남아있지 않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곳에 양산팔경이 있다.
송호관광지에 갔다. 자주 찾는 곳이다. 양산팔경 중심이다. 금강 물길이 굽이쳐 흐르는 곳이다. 백 년 넘은 소나무 숲이 있어 삼림욕 하기 좋다. 야영장도 있어 가족과 함께 보내기 안성맞춤이다.
▲ 수두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자전거 타고 건너던 다리다
▲ 봉황대 봉황이 깃들었다는 곳이다. 옛날에는 강을 오가는 돛단배가 있었다고 한다
▲ 비봉산 금강 너머에 비봉산이 있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금강 낙조가 멋지다는 곳이다
▲ 봉양정 양산팔경에 뽑히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명당이다
▲ 함벽정 앞에는 금강이 흐르고, 뒤에는 둘레길이 지나간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을 걸었다. 송호관광지를 끼고 도는 금강을 따라 만든 길이다. 약 6km다. 양산팔경 가운데 다섯 곳이 둘레길에 있다. 차례는 오락가락 제멋대로다.
소나무 숲에서 왼쪽으로 돌면 수변공원이 이어진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한참 걸으면 수두교가 나온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자전거 타고 건너던 다리다. 비 온 뒤라서 흙탕물이 흘렀다.
다리를 건너면 4경 봉황대(鳳凰臺)다. 봉황이 깃들었다는 곳이다. 옛날에는 강을 오가는 돛단배가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강어귀에 있던 정자는 없어지고 마을 사람들이 세운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앞을 보니 금강 너머로 3경 비봉산(飛鳳山)이 보인다.
길을 따라 걸었다. 표지판이 잘 갖춰져 있다. 초봄에 보았던 연둣빛이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군데군데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여유를 부렸다.
봉양정(鳳陽亭)에 들렀다. 양산팔경에 뽑히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명당이다. 둘레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오히려 더 고즈넉하다. 특이하게 정자 한쪽에 조그만 방이 한 칸 있다. 세 벽면에 문이 있고, 둘레에는 마루가 놓여있다. 궂은 날씨라도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5경 함벽정(涵碧亭)에도 방이 있다. 옛사람들이 멋스럽게 놀고 학문과 예술을 말하던 곳이다. 앞에는 금강이 흐르고, 뒤에는 둘레길이 지나간다. 강기슭에 버드나무가 줄지어 있고, 뒤꼍에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정자 마루 끝에 걸터앉았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버드나무 가지가 춤을 추고, 대나무 이파리가 바스락거렸다. 흐르던 땀이 자취를 감추고,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 강선대 둘레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정자 두 개가 가장자리에 있는 소나무와 잘 어울린다
▲ 용암 오른쪽 강선대에서 목욕하는 선녀를 구경하다가 하늘에 오르지 못한 용이 바위가 되었다.
▲ 여의정 소나무 숲에 있다. 정자에 오르면 작은 석탑과 불상이 문지기처럼 서 있다
오르막 산길을 넘어 큰길 만나는 곳에 2경 강선대(降仙臺)가 있다.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곳이다. 둘레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정자 두 개가 짝을 이루고 있다. 강가 우뚝 솟은 바위에 하나,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또 하나가 있다. 가장자리에 있는 소나무와 어울려 우아하고 고상한 멋을 뽐낸다. 정자에 서면 낭떠러지가 아찔하다.
강선대를 마지막으로 봉곡교를 지나 다시 송호관광지로 돌아왔다. 강 가운데 있는 큰 바위가 8경 용암(龍巖)이다. 강선대에서 목욕하는 선녀를 구경하다가 하늘에 오르지 못한 용이 바위가 되었다.
소나무 숲에 이르면 6경 여의정(如意亭)이 있다. 숲을 만든 박응종의 만취당이 있던 곳이다. 박응종은 연안부사를 그만두고 이곳으로 내려와 손수 숲을 가꾸었다. 정자에 오르면 작은 석탑과 불상이 문지기처럼 서 있다. 풍파를 견디느라 깨지고 무디어졌다. 투박하게 생긴 모습이 오히려 더 정겨웠다.
▲ 자풍서당 큰길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깊은 산골에 들어온 것 같았다
자풍서당
둘레길에서 볼 수 없는 양산팔경 두 곳은 집으로 오는 길에 들렀다. 그중 하나가 7경 자풍서당(資風書堂)이다. 송호관광지에서 3km 떨어져 있다. '금강로'를 따라가면 장승 한 쌍이 보이고, 그 사이에 서당 표지석이 있다.
지나치기 쉽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300여 미터 산길을 올랐다. 숨어있는 명소다. 여기서 유학자 이충범이
제자를 길렀다.
앞마당에 오층석탑이 있다. 고려 시대에는 절을 지으며 탑을 세웠고, 조선 시대에는 서당을 지으며 탑을 묻었다. 시대가 바뀌어 탑을 땅속에서 파내 서당 앞마당에 다시 세웠다. 이제는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서로 잘 어울린다.
서당 뒤에 집이 두 채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큰길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깊은 산골에 들어온 것 같았다. 대청마루 양쪽에 방이 있다. 스승이 머물렀을 방이다. 제자들 오는 소리에 금방이라도 문이 열릴 것 같았다. 책 읽는 소리 대신 배밭을 지키는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댔다.
▲ 영국사 가는 길 큰 바위가 줄지어 있다. 골짜기를 따라서 물이 시원하게 흘렀다
▲ 영국사 은행나무 영국사 들어가는 길에 천 년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223 호다
마지막으로 1경 영국사(寧國寺)에 갔다. 자풍서당에서 차로 20여 분 걸렸다.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있다.
보물과 문화재가 가득하다. 양산팔경 가운데 으뜸이다. 천태산과 함께 차분히 둘러봐야 할 것 같았다.
▲ 봉곡교에서 바라보는 금강 강선대 낭떠러지가 아찔하다. 송호관광지에서 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만들고 있다. 공사하면서 난 길을 따라가면 수변공원을 거치지 않고 그늘진 둘레길로 바로 갈 수 있다
송호관광지에 가면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이 있다. 수변공원을 제외하면, 여름에도 걷고 싶은 길이다. 둘레길을 걸으며 옛사람들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여름날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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