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정력제로 이름난 것들은 대개 자연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즉 교미시간이 사람보다 길거나 파트너가 많은 동물의 음경, 혹은 그 모양을 닮은 식품 등이 주류를 이룬다.
뱀이나 장어, 인삼 뿌리, 녹용, 바나나 등은 남근과 모습이 비슷한 데서 이런 믿음이 생겨났다.
물론 이들은 과학적으로 정력제로서 효능이 입증된 적은 거의 없다.
보양식품이 한의학적으로 효험이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시들한 정력’을 회복시키는 한의학적 비법은 의외로 평소에 흔히 접하는 음식이나 약재에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생식기능을 신장이 주관한다고 본다.
따라서 신장을 보하는 것이 곧 성기능을 향상시키는 비결. 이 때문인지 한약재 중에는 의외로 신장을 강화하는 약재가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이름이 ‘자’(子)로 끝나는 약재에는 ‘심상치 않은’ 효능이 숨어 있다.
대개 열매의 씨에 ‘子’자를 붙이는 예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미자·차전자·구기자·복분자·토사자·호마자(검은깨)·구자(부추와 부추씨) 등이 있다.
이런 약재는 보통 남성의 정기를 강화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구자를 제외한 앞의 다섯 가지 약재는 예로부터 ‘오자’(五子)라 하여 특별하게 여겼다.
동의보감’에 ‘오미자는 남자의 정기를 돋우고, 그것으로 만든 조청은 정기를 수렴해 몽정·유정·활정을 다스린다’고 씌어 있다.
오미자가 간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자극해 정력을 증강시키는 것. 이 때문에 사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소변 볼 때 정액이 섞여 나와 소변 색이 뿌연 사람에게는 오미자가 안성맞춤이다.
복분자는 산딸기의 일종인 고무딸기를 가리킨다.
복분자술을 담가 마시면 주체하기 힘들 만큼 오줌발이 강해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데서 ‘복분’(넘칠 覆, 요강 盆)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복분자술이 스태미나식의 대표격인 장어와 곁들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본초강목’에는 구기자에 얽힌 일화가 나온다.
백 살 넘은 노인이 구기자를 먹으니 갑자기 걸음이 빨라지고, 머리가 검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새 이가 돋고, 성적 능력이 충만해졌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 또 대대로 장수하는 집은 구기자나무가 그 집 우물에 뿌리박고 있다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구기자는 간기능이 허약하거나 지방간, 간염 등과 같은 질환이 있어 늘 피곤하고 성욕이 일어나지 않을 때나 노화로 정기가 쇠한 경우 효능을 발휘한다.
한편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인 새삼의 씨를 ‘토사자’라고 한다.
‘동의보감’에 “토사자는 정력을 증강시키고 기운을 북돋운다.
요통과 무릎이 시린 증상에 잘 듣고, 당뇨가 있는 사람은 이를 달여 수시로 마시면 좋다”고 씌어 있다.
토사자는 음양곽, 하수오와 더불어 정력을 증진하는 대표적인 생약으로 꼽힌다.
중국 서한시대 마무 장군이 마차 앞에서 발견했다고 하여 ‘차전초’(車前草)라 부르는 ‘차전자’는 실상 돼지 귀 모양을 한 ‘질경이’인데, 이름처럼 차가 지나다니는 길가에서도 잘 자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차전자는 바로 이 차전초의 씨. 이는 성욕을 증진하는 데 주로 처방하는 약재다.
또 단백질과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안압을 떨어뜨리고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데 효능이 있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도 잘 듣는다.
한방에서는 이 오자를 대개 환으로 만들어 처방한다.
즉 오자와 몇 가지 한약재를 갈아 풀(찹쌀가루를 술에 넣고 쑨다)로 반죽해서 만드는 익수고진단(益壽固眞團)과 오자를 가루내어 꿀로 반죽하는 천금연수단(千金延壽團)이 그것이다.
익수고진단은 한 번에 8~15알씩, 따뜻한 술이나 소금 끓인 물과 함께 복용한다.
그리고 천금연수단은 한 번에 100알 정도를 먹는다.
가정에서는 오자로 오골계 뱃속을 채워 푹 고아 먹거나 오자를 각각 4∼8g씩 끓여 수시로 마시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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