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벼랑 위의 생 / 신달자

대구해송 2018. 6. 22. 14:55




벼랑 위의 생 / 신달자
 



너무 늦게 왔다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내 발길 닿자 드디어
마지막 유언 같은 한 마디 던진다


발 아래는 늘 벼랑이라고
몸서리치며 울부짖는 나에게
몇몇 백년 벼랑 위에 살다
벼랑 위에서 죽은 소나무는
내게 자신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 주고 싶었나 봐


죽음도 하나의 삶이라고
하나의 경건한 침묵이라고
말하고 서 있는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서 있는 나무 시체는 죽음을 딛고 서서
따뜻하고 깊은 목숨으로 내 마음에 돌아와
앞으로 다시 몇몇 백년
벼랑 위의 생을 다짐하고 있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탁번  (0) 2018.06.24
삼킬 수 없는 것들 / 나희덕  (0) 2018.06.24
호수 / 홍수희  (0) 2018.06.22
나 이 / 류시화   (0) 2018.06.22
맹인의 등불  (0) 20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