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커피 한 잔에서 김이 되어 떠나리
잿빛하늘 저 끝에 꽂힌 눈길을
당겨올 수가 없다
하얀 안개꽃같이 피어오르는 슬픔이
눈가에 그들먹이 고이면
버릇처럼 허공에 두 팔을 뻗어보지만
더더욱 움츠러드는 마음은
아마 너 없는 세상이 아직은 두려운가보다
늘 그 자리에 태양의 모습으로 자리했던 너
그리고
해바라기처럼 노랗게 너를 향했던 나
행복이었던 것 같다
닿지 않는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닿지 않는 손길로 서로를 감싸며
밝음보다는 어둠이 많았던 그 시간들에
우리는 서로의 단 하나였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추억으로 돌려야 할 때
식어버린 커피 잔과
코끝에서 맴도는 희미한 모카향이 낯설다
아무런 예고 없이 먹구름이 시야를 가르며
이제 이별 같은 비를 퍼부으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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