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푸른 오월 / 노천명(盧天命)

대구해송 2017. 5. 3. 16:23



푸른 오월 / 노천명(盧天命)


청자(靑磁)빛 하늘이

육모정 탙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벋어나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의 태양이여 !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찿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

나의 태양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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