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서정윤
밤을 꼬박 세워 바람 소리를 들었어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던
나머지 슬픔들도 곧 도착할 거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해 주지 않은채
자신의 일들로 바빴어
반짝이는 나뭇잎에 다가가
말을 걸어도
햇볕이 필요하다는 대답뿐
내가 왜 우울한지는 묻지도 않았어
모든 변하는 것들 속에서
서서히 옅어지는 기억들
잊혀지는 게 싫어 창을 열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어 있었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인정해도, 숨겨진 연결 고리
하나라도 있었으면, 원했지
영원히 나만 알고 있을 비밀들로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가장 힘든 걸 말해 버리라고
자꾸 유혹하지만
그럴 만한 용기도 없어
나에게 남은 너의 흔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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