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단풍 물든 한탄강 가을 속으로 ‘풍덩’

대구해송 2020. 10. 13. 04:37

유네스코 선정 ‘연천 세계지질공원’… 용암이 빚은 절벽·폭포 등 절경

60m 솟은 ‘좌상바위’ 비경 한눈에… 이달 카약 무료 체험 교실 실시

카약을 타고 강 사이를 내려가면 억겁의 시간의 흔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올 가을, 가장 상쾌했던 기억을 꼽으라면 단연 웅장한 주상절리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임진강에서 한가로이 카약을 탄 것이다. 넓게 펼쳐진 자연 속에서 가을볕을 받으며 유유히 물살을 타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청명한 날씨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경기도 연천군은 여행지보다는 ‘긴장감이 흐르는 도시’로 여겨졌다. 아무래도 연천을 경계로 북한이 마주하고 있어, 군사지역의 이미지가 강했다. 9월 말 찾은 연천을 찾았을 때에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지울 수 있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여유롭고 쾌적한 여행지가 기다린다. 연천의 재발견이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이번 여행은 연천의 지질명소를 둘러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지금의 한탄강과 임진강 일부 지역은 약 54~12만년 전 화산폭발로 만들어졌다. 당시 흐른 용암이 빚은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와 폭포 등 기괴해서 더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을 갖게 됐다.

 

이같은 자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다. 공원은 총 면적 11만6561㎢에 달하며, 경기도 연천을 필두로 포천·철원군 일대를 포함한다.

지난 7월에는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했다. 자연의 웅장함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어 의미가 깊다.

전곡리 선사유적지

◆‘연천 1경’ 재인폭포… 출렁다리로 더 가까이

여행은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시작했다. 드넓은 공원이 펼쳐진 이곳은 과거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세계적 유적지다. 지질공원을 둘러보기 전 들르면, 전반적인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곳곳에 쉼터와 선사시대 조형물, 드넓은 잔디밭과 탐방로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다. 이날도 어린이집·유치원생 아이들이 소풍 나와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재인폭포

차를 타고 재인폭포로 향한다. 차로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연천의 지질명소들은 대체로 가까이 붙어 있어 이동이 용이하다. 재인폭포는 연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질명소로, ‘연천 1경’으로도 꼽힌다.

 

이는 한탄강의 한 줄기로 약 18m 절벽에서 물이 쏟아지는 비경을 연출한다. 이를 둘러싼 현무암 주상절리도 멋지다.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설치돼 푸른 하늘 아래 옥빛 폭포 절경을 즐길 수 있다. 폭포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출렁다리 공사도 마무리중이라 SNS 인생샷도 ‘OK’다.

‘재인폭포’라는 이름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인근 마을에 금실 좋은 광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원님이 남편 재인에게 줄을 타라는 명을 내렸다. 원님은 남편이 줄을 타던 줄을 끊었다. 남편(재인)이 폭포로 떨어져 목숨을 잃자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물어버리고 자결했다. 이후 사람들은 이 폭포를 재인폭포로, 마을을 ‘코문리’로 불렀고, 현재의 ‘고문리’가 됐다고 전해진다.

백의리층

◆한반도의 속살 그대로 보여주는 ‘백의리층’

재인폭포를 둘러본 뒤 지질명소 ‘백의리층’으로 향한다. 이같은 지형을 처음 발견한 백의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연두색 개구리가 간판에 앉아 반갑게 맞아준다.

백의리층을 향하는 길은 평범한 마을에서 시작된다. 가는 내내 ‘뻥, 뻥’ 소리가 들리는데 군 부대의 사격연습 소리다. 한탄강변으로 이어지는 샛길로 내려가면 자갈 퇴적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백의리층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현무암이 만든 기암절벽이다. 좌르르 이어진 높고, 커다란 기암괴석들이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주상절리층과 판상절리층·백의용암층·클링커층·자갈층까지 50만년 전후의 지층을 한꺼번에 드러내 한반도 지형의 속살을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주상절리와는 달리 울퉁불퉁, 거북이 등껍질같은 독특한 형상이다. 직접 만져볼 수도 있지만, 낙석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좌상바위

◆연천여행의 백미, 주상절리 배경으로 ‘카약 타기’

가장 기대하던 ‘카약’을 타러 가기 위해 좌상바위로 향한다. 이는 한탄강변 위로 60m 솟아오른 형상으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만큼 한눈에 ‘거대함’이 느껴진다. 용암이 분출하면서 그대로 굳어져 만들어졌다고 한다. 바위 앞은 한탄강이 굽어지는 구간으로, 다른 강가와 달리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간간이 보인다.

이곳을 시작으로 카약을 타며 억겁의 시간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안전교육을 받고, 2인1조로 카약에 올라 가을바람과 물살을 즐긴다. 바위병풍 사이로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린다. 반복적으로 팔을 움직이며 약 50분간 뱃놀이를 즐긴다. 단, 물살이 세지는 재미있는 구간이 2번 나오는데, 이때 바지가 홀랑 다 젖어버리니 미리 여유 옷을 챙기자.

연천군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질공원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질지역 모두를 관광상품화하는 ‘지질공원(Geo Park)’화 작업에도 한창이다. 카약 프로그램도 이 중 하나다.

연천군청·백학저수지협동조합은 한탄강·임진강에서 카약을 타고 주상절리 등을 관찰하는 무료 체험교실을 열 계획이다. 10월 16, 17, 18, 24, 25일 총 5일간 진행한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관계자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가을은 카약 타기 더할나위 좋은 시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