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수

명확한 비전이 변화를 이끈다 / 이상훈 (풀러선교대학원 겸임교수)

대구해송 2019. 5. 28. 21:41





남부 캘리포니아 애너하임(Anaheim)에 위치한 이스트사이드 교회(Eastside Church)는 최근 가파른 성장과 함께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교회 중 하나이다. 최근 10년간 연간 예배 평균 출석수가 1,900명에서 7,183명까지 이르게 됐는데, 2016년 한 해만도 2,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현상을 주목하여 2017년 아웃리치 매거진(Outreach Magazine)은 이스트사이드 교회를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100개 교회 중 2위에 이름을 올렸다.[1]

복음 전도가 어려운 시대에 이토록 지속적이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러나 필자가 이 교회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 수적 성장 때문이 아니다.


먼저는 본교회가 오랜 전통과 침체의 굴레를 벗고 전혀 새로운 교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08년 진 아펠(Gene Appel)이 새로운 담임목사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스트사이드 교회는 성장과 성숙의 단계를 지나 쇠퇴와 쇠락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한때, 2,900명의 성도를 가졌던 교회가 1,000명 이상 줄면서 성장에 대한 신화는 꺾였고, 모든 부서들은 제각기 존재하면서 협력과 협업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오래된 교회가 지닐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대거 내포하고 있으면서 제도화되고 노쇠화 되어가는 징조가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사실, 이렇게 오래되고 고착화된 교회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스트사이드 교회가 보여준 놀라운 반전은 비슷한 도전과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한국 교회에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필자가 본교회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성장의 주원인 이 교회를 떠난 성도들(the dechurched)을 재복음화하고 불신자들(the unchurched)을 전도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례로 2016년 한 해 동안 세례 받은 성도의 수가 800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교회가 모든 역량을 불신자들을 향해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스트사이드 교회는 어떻게 전환점을 마련했을까? 물론 변화의 근원지는 2008년 진 아펠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오면서 발생했다. 그는 오자마자 과거의 관습과 습관에 물든 교회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먼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웠다. 그들은 ‘하나님을 추구하고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공동체를 건설하여 가정과 공동체,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비전 아래, ‘메인 캠퍼스에서 20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580만 명의 인구 중 1퍼센트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립했다.

비전과 목표가 분명해지자 사역의 방향 또한 또렷해졌다. 목회자는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말씀과 가르침을 지속적으로 실시했고, 철학에 입각한 사역을 일으키기 위해 구조와 스텝, 봉사자들을 재편성했다. 기존의 전통 구조를 이끌어가기에 허덕이는 많은 교회들과 달리, 핵심가치를 발견하고(why) 그에 근거한 무엇을 찾고(what), 이후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이룰 것인가(how) 고민하며 새로운 조직과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계획과 조직을 갖췄다 할지라도 성도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된다. 이 명확한 사실로 인해 교회는 성도가 사역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했다. 사역의 기회를 오픈하고, 누구나 참여하고 이끌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렇게 참여한 사람들은 단순히 사역을 돕는 봉사자가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들로 인식되었다.

교회는 이러한 성도들을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라고 부르며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체인지 메이커들의 수고를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사역에 자긍심을 갖게 하자, 현재는 자원자가 너무 많아 고민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교회의 관심은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다. 성도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이웃을 만나고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이유와 여유를 찾도록 돕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거나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복음을 증거하도록 독려하고 격려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사역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 사역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게 한다. 실제 사역의 축은 소그룹을 통해 이뤄진다. 그들은 일주일 내내 제공되는 소그룹을 통해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함께 불신자를 초청하고 그들과 친구가 될 뿐 아니라 이웃을 도울 수 있게 하기 위한 정보와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교회는 전도돼 온 불신자들이 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예배는 그중에서도 핵심 사역이다. 최고의 예배가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미세하고 작은 것까지도 의미가 부여되도록 디자인했다. 작은 불빛 하나, 문구 하나, 배경과 소품 하나하나가 메시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하고 그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내부적으로 하나님을 경험하고, 공동체적으로 서로 사랑하며, 세상을 향한 섬김과 봉사를 실천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역자들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 이스트사이드 교회는 철저한 팀사역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1년 단위 대신, 6개월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평가한 후 다음 6개월을 준비하는 사역 사이클을 사용해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이며 반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탑 다운의 상명하복의 형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찾고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당연히 사역자들의 능력과 재능이 더 높은 수준으로 배양되었다. 용기 있는 장로 그룹과 능력과 재능을 갖춘 스텝들, 강력한 비전에 동화되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성도들의 헌신이 맞물리면서 교회는 다시 젊고 활기차고 살아있는 공동체로 변모되었다. 교회의 심장이 뛰고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적 갈망을 가지고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앞에 돌아와 변화되는 일이 발생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진 아펠이라는 탁월한 리더가 있었다. 그의 강력한 비전과 헌신이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런 차원에서 한 사람의 탁월한 리더가 끼치는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이론과 전략이 있어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실천력이 없다면 그것은 이론에 머물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 한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회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은 그가 완전해서가 아니었다. 진 아펠 역시 인생 여정 속에서 삶의 한계와 덧없음을 느끼기도 했고, 28세의 나이 최고의 성공 지점에서 아내와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한 아픔과 실패가 결국 오늘의 진 아펠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겸손해지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투명성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여정을 통해 형성된 존재가 비전의 근거가 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영향력으로 나타났다.

이스트사이드 교회를 방문하고 연구하면서 많은 도전과 은혜를 받았다. 무엇보다 오랜 전통을 가진 교회가 이처럼 드라마틱 하게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고, 나아가 이 이야기가 우리의 스토리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더욱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몇 가지를 점검하자.


첫째, 당신은 교회의 리더로서 현재 우리 교회가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가? 만약 이 믿음이 없다면 당신의 교회는 앞으로 그 어떤 변화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서서히 혹은 급속히 쇠락의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둘째, 변화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가? 어렴풋이 꿈꾸는 좋은 교회가 아니라 모든 교인이 하나 되어 다음 세대를 세우고, 불신자가 돌아오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역동성을 가진 교회를 세우기 위한 명확한 비전과 청사진이 가슴속에 불타고 있는가?

셋째,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조정할 것인가?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과정과 방법을 취할 것인가? 어떻게 소통하고 의견을 모으고 피드백을 받을 것인지, 어떻게 실제적인 움직임이 되도록 이끌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 열정과 진정성을 가진 리더로서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냉철한 점검을 하고 있는가? 모든 변화 프로세스의 중심에는 리더가 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다른 리더를 변화시키고 그들을 통해 더 큰 변혁이 발생한다. 마치 물결을 일으키는 존재와 같이, 나 자신의 열정과 헌신, 능력 없이 변화는 불가능하다.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를 묻되 이것이 자신의 리더십과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주변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교회를 변혁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교회의 주인은 성령이시고 그분은 우리에게 새로운 꿈과 비전을 주시며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어가신다. 그분 앞에 더욱 겸손해지자.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을 품고 그분의 임재 안에서 공동체와 성도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자. 진 애플은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성장은 교회 지도자들의 심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말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은가? 비전의 명확성을 가지고 있는가?’[2]


그렇다. 명확한 비전이 변화를 이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명확한 비전을 소유한 리더가 되기를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