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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순금 / 김현승

대구해송 2018. 2. 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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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순금 / 김현승

 

 

하물며 몸에 묻은 사랑이나

짭쫄한 볼의 눈물이야.

 

()도 없는 한세상

믿음도 떠나,

내 고독을 순금처럼 지니고 살아 왔기에

흙 속에 묻힌 뒤에도 그 뒤에도

내 고독은 또한 순금처럼 썩지 않으련가.

 

그러나 모르리라.

흙 속에 별처럼 묻혀 있기 너무도 아득하여

영원의 머리는 꼬리를 붙잡고

영원의 꼬리는 또 그 머리를 붙잡으며

돌면서 돌면서 다시금 태어난다면,

 

그제 내 고독은 더욱 굳은 순금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서 천년이고 만년이고

은밀한 약속을 지켜 주든지,

 

그렇지도 않으면

안개 낀 밤바다의 보석이 되어

뽀야다란 밤고동 소리를 들으며

어디론가 더욱 먼 곳을 향해 떠나가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