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순금 / 김현승
하물며 몸에 묻은 사랑이나
짭쫄한 볼의 눈물이야.
신(神)도 없는 한세상
믿음도 떠나,
내 고독을 순금처럼 지니고 살아 왔기에
흙 속에 묻힌 뒤에도 그 뒤에도
내 고독은 또한 순금처럼 썩지 않으련가.
그러나 모르리라.
흙 속에 별처럼 묻혀 있기 너무도 아득하여
영원의 머리는 꼬리를 붙잡고
영원의 꼬리는 또 그 머리를 붙잡으며
돌면서 돌면서 다시금 태어난다면,
그제 내 고독은 더욱 굳은 순금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서 천년이고 만년이고
은밀한 약속을 지켜 주든지,
그렇지도 않으면
안개 낀 밤바다의 보석이 되어
뽀야다란 밤고동 소리를 들으며
어디론가 더욱 먼 곳을 향해 떠나가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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