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문득문득 / 김정섭
무리지은 기러기가
먼 산 너머 응시 속으로
사라져 갈 때
문득, 한 사람을
잊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안개 덮인 흑백풍경이
강가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을 때
문득, 한 사람을
잊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슬픈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옷깃을 파고들 때
날아든 작은 한 마리 새의 무게로
야윈 겨울가지가 흔들릴 때
늦은 밤, 기운 달이
중천에 떠있을 때
문득문득 아직도 한 사람을
영영
못 잊었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