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조지훈
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
늬 육신(肉身)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역히 볼 수가 있구나
아아 이제사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그 육신(肉身)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천지(天地)에 모양 지울 수 없는 아득한 영혼이
하나 모습되어 솟아 오는 것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