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이룻/이정님
저녁 안개들이 어둠 속 쉴 곳을 찾아
알 수 없는 깊이로 가라앉자
연기처럼 흐르던 가로등 불빛이
촉촉이 슬픔에 젖는다
오랜 기억 속을 달려온 기차가
간이역에 내린 사람들을
배웅하느라 목쉰 울음을 우는 시간
이별의 고개를 넘어
평생의 강을 건너면
꽃잎 나붓한 세상은
너그러움으로 마중 와 품어 주고
아! 이런 날은
빗장을 푼 집의 푸른 정원에서
누군가 흘리고 간 웃음 한 조각 주워들고
무사히 지나온 길에 고개 숙인다
가물가물
웃음소리 퍼져 하늘을 덮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