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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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후 13:4) “4. 그리스도께서 약하심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 계시니 우리도 그 안에서 약하나 너희에게 대하여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와 함께 살리라”
하나님의 독생자 나사렛 예수는 연약한 사람으로 이 땅에 왔습니다. 메마른 땅에서 자란 연한 줄기 같았습니다. 지상의 권력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제자의 배반으로 인해 체포당하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것은 그의 약함과 무기력함 때문입니다. 본문은 “그는 약하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지만 하나님의 권능으로 다시 살아나셨다”고 말합니다.
연약한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권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는 것은 약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능욕을 견디는 것입니다. 존엄성을 빼앗아가는 병마와 폭력에 자신을 속수무책으로 내놓는 것입니다. 연약함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표상입니다. 예수님은 연약함 속에서 하나님의 권능을 체험하셨습니다.
바울 역시 이 고난을 경험했습니다. 바울은 “예수의 죽으심을 우리 몸에 짊어지고 다닌다”고 고백합니다. 바울이 특히 자주 언급하거나 암시하는 환난은 본인을 괴롭히던 질병이었습니다. 고린도후서 12장 8∼10절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질병을 신학적으로 해석합니다. 사역을 방해하는 질병이 쉽게 낫지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 고통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세 번 씩이나 육체의 가시, 사탄의 사자가 떠나가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바울의 기도를 거절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거절의 명분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내가 네게 준 은혜가 충분하다. 나의 능력이 너의 연약함 속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네 연약함 속에서 그리스도의 능력, 즉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능력이 머물 수 있다.”
바울이 받은 계시가 너무 크기에 그가 너무 자만하지 않도록 하나님이 질병을 허락하셨다는 겁니다. ‘사탄의 사자’로 불리는 질병이 바울을 타격하고 그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의 응답을 받은 바울은 오히려 기뻐했습니다. 자신이 약할 때가 실로 강한 때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는 인간의 노쇠, 연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봅니다. 약한 것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패배할 것이기에 비판을 받습니다. 약함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지 못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마주하는 한계와 위기마다 초자연적으로 개입해 악한 세력을 물리치고, 죽음까지도 능히 정복하시는 하나님을 열광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상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무기력과 무능력 속에 당신 자신을 감춰 두십니다. 약한 하나님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예수의 일생입니다.
이 시대 교회는 인간의 죽음과 연약함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르쳐야 합니다. 죽음 너머에서 실현될 부활과 중생을 선포하는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참다운 영생은 우리의 옛 모습이 십자가에 못 박힌 후에 시작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인류의 죄를 용서하실 수 있는 하나님의 공의를 100% 만족시켰습니다. 악한 충동과 자기 주장에 따라 살아가던 우리의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피조물로 살아갑시다. 그것이 이 시대 크리스천에게 더욱 필요한 영성입니다.
▲김회권 목사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